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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
최고관리자 0 13,378 2023.11.03 11:16

야설:


웃음소리-웃음소리- 
























‘여보, 어떡할래?’ 
























‘글쎄…난…. 아직 결정을….뭐, 쫌 그렇네…..’ 
























‘그래도 오늘 모임에는 가야지, 안 그래?’ 
























‘영훈씨, 생각하면, 가긴 가야 되겠는데…. 뭐라고 결정하긴 좀 그렇네…..’ 
























절친한 친구를 묻고 돌아오는 기분을 사람들은 표현하기 어렵다고들 했다. 저마다 인생의 황혼기에 있다면 모를까, 젊디 젊은 나이에 친구를 차디찬 땅속에 묻고 온다는 사실은 실감도 나지 않을 뿐더러, 울고 있는 미망인을 절절한 심정으로 대한다는 것도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준비되지 않은 어설픔 이기도 했다. 게다가 49제를 끝내고, 이제는 조그만 영정으로만 남은 친구의 흔적을 되새기면서 모인다는 것 자체도 어쩌면….아내는 그래서 저어하는 것일 게다. 살아서 대하던 그 모습이 자꾸만 기억에 새로울 까봐 그러는 것일 테고…. 
























‘암튼, 허락하는 걸로 알게. 결정이야 천천히 하고 말이야. 아직 시간 있잖아?’ 
























나는 아내를 다그치지는 않았고, 기차를 타려고 역으로 향하는 중에도 아내는 별 말이 없었다. 
























‘오늘, 그럼 자고 오겠네?’ 
























‘아마 그렇지 않겠어? 그냥 인사만 하고 오기도 그렇고,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부부동반 해서 모이니 이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자고 오지 싶다.’ 
























‘영훈씨가 투병생활 한지, 1년 쪼금 넘었었지?’ 
























‘응. 평소에 친구 놈들이랑 모일 때,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담배 쫌 끄라고 했었는데, 그때까지도 우린 몰랐지. 그렇게 몸이 안 좋은 줄….’ 
























‘영훈씨랑 다른 친구들이랑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했었지?’ 
























‘그래, 정말 지겹게 붙어 다녔다. 이렇게 다들 가정을 이루고 살고는 있지만, 그 당시에는 식구들 보다 더 살가운 존재들 이었는데….’ 
























‘무슨 서클 활동 같은 거 였어?’ 
























‘아니, 서클은 무신… 그냥 멋 모르고 어울려 다닌 거였지. 고등학교 때야 그렇잖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짓고 까불고 다니던 거 말이야.’ 
























그러나, 우리는 그냥 붙어 다닌 것만은 아니었다. 시쳇말로 쫌 놀아 본 정도가 아니었다. 영훈이는 교내가 떠들썩 하던 짱 이었으며, 우리들은 그 주변에서 무신 보좌관 처럼 들러 붙어 다니던 껌 들이었고….우리는 독수리 5형제 처럼 학교를 지키러 등교하는 인간들 같았고, 저마다 교복의 안 주머니에는 클립을 구부려 하트모양을 만들어서는 꽂고 다녔다. 지금도 학생들끼리 그런 모임이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 다섯 명은 그 클립을 구부려 묘하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서는 오우회(五友會) 라고 칭하면서 거들먹 거리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우리가 꽂고 다니던 클립이 교내에서 학생들 사이에 신나게 유행하자, 선생들은 그런 모양으로 클립을 꽂기만 하면 불량 써클 운운 하면서 교무실로 애들을 불러다가는 족쳤었다. 영훈이는 절대로 학교 내에서는 주먹을 쓰질 않았다. 언제나 공부는 1,2등을 다투었고, 설마 니놈이 그랬겠냐는 선생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번번히 사정의 칼날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영훈이의 짱 노릇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다. 오히려 그 주위에 버티고 있던 우리 네 녀석이 더 거들먹 대던 통에 줄창 교무실에 끌려가 학주로부터 느그네 서클이 뭐냐며 마포자루로 흠씬 찜질을 당하기 일 쑤 였으니까. 영훈이는 주먹을 별로 쓰질 않았지만, 싸움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그 동네의 잡화상에서 대걸레 자루를 사서는 등에 걸머지고, 싸움판에 나갔다. 그의 화려한 봉술은, 떼 사리로 덤벼오는 것들에게는 초죽음을 불러왔고, 일대일로 맞짱을 뜰 때에는 우리들에게 맡겨 놓은 뒤에 몸을 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기차의 창문에 기대어 영훈이의 고교 시절을 떠 올리다가 나도 모르게 생각에 빠졌던가 보다. 언젠가 다른 학교의 짱을 물씬 두들기고 돌아오던 저녁, 우리 다섯은 라면 집에 들어가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영훈아, 넌 싸움 할 때 두려운 생각도 안 드냐?’ 
























‘그게 무서우면 짱을 왜 할까?’ 
























단지 그 뿐 이었다. 그는 무서운 게 없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나와, 골목을 돌아서기 무섭게, 그를 기다리던 여학생들은 선물 꾸러미랑 편지를 집어 던지듯이, 엥기고 도망치는 일들이 허다했다. 결국 그 편지랑, 선물들은 몽창 우리들 몫이 되곤 했지만, 영훈이는 아까와 하질 않았다. 
























‘저런 것들, 그렇고 그런 것들이지 뭐.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 들이…’ 
























‘영훈아,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목을 매는데, 롤라장 같은 데서 한번 만나나 주지?’ 
























‘일없다.’ 
























그 당시, 영훈이는 만나는 여자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오는 사이라고 했고, 고3을 올라가기 전, 영훈이는 우리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인사들 해라.’ 
























우리는 꾸뻑 인사를 나누었다. 신윤아 라고 했다. 영훈이가 죽고, 곡소리 한번 하질 않으면서도, 수도꼭지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을 쉴 새 없이 흘리던 그녀…..우리들은 그녀를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도, 집들이 때에도, 심지어는 장례식장에서 조차, 우리는 집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하질 않았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벌써 그녀는 대학생의 신분 이었으니까. 
























‘여보, 찐계란 줄까? 기차 타면 언제나 그게 먹고 싶더라.’ 
























‘찐 계란에는 사이다가 제격인데……’ 
























‘맞아.’ 
























구지 보통 기차를 타고 가자고 우겼던 것은, 시간을 절약하면서 고속열차를 탈 수도 있었지만, 기차여행만이 줄 수 있는 풍광의 즐김 같은 것이 없는 탓에 내가 고집한 것이었다. 고속열차를 보면 바로 우리들의 삶이 연상되곤 했다. 문명의 이기 안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예전에 가질 수 있었던 그 고즈넉함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지나온 세월 속에서 영훈은 우리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자취를 남겼던 것을 생각하면 바로 기차여행의 낭만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윤아씨를 처음 영훈의 하숙집에서 만난 날, 우리는 그녀의 나이와 차림새 때문에 흡사 선생님 앞에서 벌을 서는 것처럼 쭈뼛거리고 있었다. 
























‘야, 느그들 왜 그래? 뭐 죄진 거 있냐?’ 
























‘저, 혹시 나이가?’ 
























‘대학교 3학년 이에요.’ 
























둘러선 친구들은 모두 탄성을 터뜨렸다. 연상, 그것도 그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영훈의 옆에 다소곳이 들러붙어 앉아있던 그 모습으로 인해 평소 또래의 여학생들을 가리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고 빈정대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우리의 예상을 깨고 있었고, 우리를 앞서 나가고 있었다. 
























‘오늘 너희를 오라고 한 건, 너희들에게 보여줄게 있어서 그래.’ 
























영훈은 그 말과 동시에 옆에 앉아 있던 그녀의 턱을 자기 쪽으로 지그시 잡아 틀었다. 얼굴이 발개진 그녀는 눈을 감고, 못 이기는 척, 영훈의 얼굴로 입술을 틀어, 기나긴 입맞춤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고, 실내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질 않은 채, 두 사람의 쩝쩍거리는 입술의 접촉 음만이 들렸다. 그때까지 솔직히 나는 남녀가 그것도 실제로 내 눈 앞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서로가 고개를 좌우로 약간씩 틀어야 코가 닿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을뿐더러, TV나 영화에서 보여줄 때에 그런 자세는 카메라 조작을 위한 비틀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더군다나 입술만 부딪힐 거라는 예상을 넘어서서 두 사람은 입을 허밍 하듯이 둥글게 벌리면서 서로가 내미는 혀를 이용해서 우리 앞에서 혀 싸움까지 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윤아씨는 우리와 눈도 맞추질 못하고 숨만 쌕색 몰아 쉬면서 영훈과 입을 떼었다. 
























‘자, 봤지? 이제부터 윤아가 내 색시라 이 말씀이야. 친구들 앞에서 공표 한 셈이라구. 느그들도 알았쥐?’ 
























영훈은 우리들 앞에서 결혼식도 하기 전에 신고식부터 한 것이었다. 영훈이 외에는 누구도 누구를 사귄다고 신고식을 한적이 없었지만, 그는 유달리 독특한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 다섯 중에서 유일하게 하숙을 하고 있던 그의 방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제공 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추억들을 쌓아갔다. 
























‘자기야, 목 막히겠다. 사이다 좀 마시면서 먹지.’ 
























나는 또다시 계란이 입안에 가득 인 채로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었나 보다. 윤아씨는 우리들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 였다. 다들 왠만큼 공부들을 하는 수준 이었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그의 하숙집에 모여서 윤아씨의 도움으로 거지반 과외 같은 지도를 받고 있었다. 줄창 놀아댄 탓도 있었지만, 대학에 대한 요구는 우리들 자신 보다 주위에서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영훈은 달랐다. 누구보다도 우리보다 뛰어난 머리와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언제나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기에…. 
























‘대학? 그거 가면 뭐 하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그만이지.’ 
























‘야, 그래도 윤아씨는 대학생이 잖아? 너도 대학에 들어가야 쪽 팔리지 않지?’ 
























‘그게 쪽 팔릴 것 같았으면 사귀지도 않았다.’ 
























그는 만사에 우리들 보다 여유가 있었다. 고 3이 되고부터 우리들은 차츰 그가 싸움을 하러 나가는 일정을 번번이 놓치고 있었고,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다. 
























‘어? 윤아씨 혼자 계시네? 영훈이는 어디 가구요?’ 
























‘오늘 저녁에 바쁜 일이 있다나 봐요. 이따가 온다고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길래…’ 
























‘어쩐 일이지?’ 
























그 날 저녁,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영훈은 돌아오질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 나타난 그는 엉뚱하게도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응, 별거 아니야. 좀 다쳤다. 얼마 있지 않아 풀 걸 뭐.’ 
























하긴 깁스치고는 일주일 만에 너무나 빨리 풀어버린 사실에 대해, 나중에 안 사실 이었지만 그 날밤, 그는 싸움을 하면서 칼을 맞았다고 했다. 밤사이, 그녀는 많은 피를 흘린 그를 간호했다고 했고….그래도 그는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영웅이자, 인생의 본보기 였고, 선망의 영순위 였었다. 
























‘여보. 우리 호두과자 사먹자.’ 
























‘어린애처럼 먹는 타령은? 너 애 가졌니?’ 
























‘요게 기차여행의 묘미 아니겠수?’ 
























아내는 여행의 목적도 아랑곳 하질 않은 채, 한껏 기차 여행의 낭만에 젖어 들고 있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이미 추수가 끝난 지 오래 전인 들녘은 황량하기만 했다. 대학 시험이 있는 날은 의례 그렇듯이 평소보다 날씨가 매섭게 추웠다. 나와 영훈이는 우연찮게 같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루게 되었지만, 그 날, 그는 나오질 않았다. 당연히 나와 있어야 될 윤아씨도 보이질 않았고, 나는 교실 반대 편에 비워져 있는 그의 자리를 보면서 정말 대학을 가지 않을 작정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와 친구들은 술을 한버지기 사 들고는 그의 하숙집을 불한당처럼 쳐들어 갔다. 
























‘영훈이 네 이놈, 시험 안 치르고 뭔 짓거리….’ 
























문을 밀치고 들어간 방안은 온통 아수라장 이었다. 방안 가득히 피가 뿌려져 있었고, 그는 붕대에 감긴 채, 헛소리를 내면서 앓고 있었고, 그녀는 그 옆에서 우리가 들이닥치기 전까지 날밤을 꼬박 샌 듯이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피는 또 뭐고?’ 
























‘흑흑…. 저도 어제 밤에 알았어요….병원에는 굳이 가질 못하게 해서….’ 
























‘그래도 그렇지…. 저러다 죽기라도 하면…..’ 
























‘안돼요. 가면….병원에 가면…’ 
























그녀는 그를 들쳐 업고 나서려는 우리를 붙들었다. 
























‘이제 괜찮아 질 거에요. 그런 사람 이에요. 들풀처럼 강한…..’ 
























우리는 술을 마셔가면서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집에 전화를 하고 친구들과 자고 가겠다고 전화들을 때렸고, 시험을 마쳤다는 것이 일종의 면죄부처럼 우리들에게는 일종의 허락된 방종이 부여되는 밤이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윤아씨? 요즈음 영훈이 자슥, 우리도 모르게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 
























그녀는 말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여보, 호도과자 사먹자니 깐?’ 
























‘어? 응…. 그래?….얼마에요?’ 
























대답이 없이 멍하니 있던 나에게 아내가 또다시 다그쳤다. 나도 먹어보라며 권한 호도과자는 단맛이 제법이었지만, 나에게는 속으로 씹히는 호두 알갱이의 느낌만 있었을 뿐, 그다지 감동적 이진 못했다. 영훈이를 제외한 우리들은 곧바로 대학물에 휩쓸리는 시간을 맞이한다. 미팅이다, 신입생 환영회다, 정신 없이 그 해의 봄을 보내면서,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는가 싶게, 그때의 친구들은 까맣게 잊고 지내게 되었다. 변변히 만나는 사람도 없이, 파트너 고민으로 맞이 하던 첫 축제….나는 그제서야 영훈을 떠올렸다. 몇 개월 이었지만 너무 멀리 떨어뜨려 놓고 온 친구에 대한 기억….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훈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우리들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그 하숙집. 그러나, 그곳에 영훈은 없었다. 모두들 그 날의 황망함은 잊혀지질 않았고, 수소문을 해도 바람처럼 사라진 그에 대한 흔적은 어디에서고 찾을 수가 없었다. 저마다 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고, 사회의 진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눈을 돌릴 여유는 더더욱 이나 없었다. 병역의 의무를 치루고 나자, 굳어진 돌머리를 흔들어가며, 현역들과의 학점 싸움에 대가리를 쥐어 뜯기 일 쑤 였고, 그나마 옆에 붙어 있던, 지금의 아내와의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저버릴 수는 없었다. 병역 다음은, 취업, 취업 다음은 결혼… 산 넘어 산…..그러나, 남자로서 살기 싫어도 할 수 없이 가야 하는 그 길들이 앞에 놓여 있었고, 그 와중에서도 나는 시간이 날 적마다, 우리의 주위에서 말도 없이 사라진, 영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적이 많았다. 
























‘따르릉!’ 
























‘네, 자재과 윤태홉니다.’ 
























‘나야!’ 
























‘나….라뇨?’ 
























‘벌써 내 음성도 까쳐먹냐? 나 영훈이다, 임마!’ 
























나는 반가운 마음에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먹고 소리를 쳤다. 
























‘야, 이 자슥!, 이게 얼마만이냐? 너 어디야?’ 
























‘어디긴 공중전화 박스지, 니 공장 앞이다, 나와라!’ 
























나는 신입 사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도 저 멀리 내던져 놓고서, 번개같이 튀어 나갔다. 그 동안 소식조차 없었던 그의 뜬금없는 전화 한 통, 공장 앞의 공중전화 박스에는 멋진 정장의 신사가 한 명 서 있었다. 공장의 유니폼 차림으로 튀어나간 나와는, 여실히 비교되는 모습이었고, 게다가 그의 곁에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버티고 있었다. 
























‘밥 먹었냐?’ 
























‘아니, 아직…’ 
























‘타라!’ 
























여전히 무뚝뚝한 그의 태도, 영훈이 였다. 
























‘그 동안 뭐하다가?’ 
























‘뭐하긴 바쁘게 살았지, 뭐.’ 
























‘대학은?’ 
























‘허어 또 그런다, 나 대학 안가도 잘 살고 있잖니?’ 
























‘너 용케 나 찾았다. 근데, 넌 어디서 뭐하고 있었냐?’ 
























‘쫌 바빴지…… 넌 하고 많은 직장 중에서 공장 떼기가 뭐냐? 대학 물까지 먹은 자슥이….’ 
























‘목구녕이 포도청이지, 달리 뭐 이유야 있겠냐?’ 
























그 날, 나는 회사를 재껴 버렸다.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들도 예비군복에 군화만 신었다 하면 쌍 욕에다, 거친 행동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마냥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나와 그는 그 밤이 새도록 술을 퍼 마셨다. 그 사이, 우리 오우회의 일원들이 하나 둘, 모이고, 그 밤은 정말 오랜만에 욕지기와 웃음이 오가는 고등학생 다섯의 술판이 되었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는 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예전 같지는 않아도 우리들만의 이바구가 통하는 지우끼리, 얼굴 보아 가며, 세월을 익히자는 데에 반대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여보, 저 우동국물, 정말 맛있겠다, 그치?’ 
























‘한 그릇 사다 줘? 너 그렇게 먹다간 도착 하기도 전에 배 터지겠다.’ 
























역전에서 말아주는 우동을 사 들고 들어오는데, 아내는 기차가 떠날지도 모른다며, 손짓을 부리나케 하고 있었다. 영훈이 우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한 이유는, 바로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윤아씨와의 결혼 때문 이었다. 극구 우리가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영훈의 부탁도 그랬지만, 식장 곳곳에 버티고 서있던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 땜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우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애정 질을 시작했음에도 가장 늦게사, 결혼식을 올리던 그의 행로였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축복의 마음을 전했다. 집사람은 결혼식 내내 살벌한 표정으로 안팎을 살피던 그 떡대 아쟈씨 들에 대해서 물어 왔지만, 나도 별로 아는 바가 없어, 그냥 대학교 후배들일 거라고만 둘러댔다. 
























‘자기도 먹을래?’ 
























‘너, 해도 너무 한다. 그렇다고 요걸 남기고 나를 먹으라고?’ 
























‘국물이 워낙 맛 있어야쥐! 집에서 끓이면 왜, 이 맛이 안 날까?’ 
























‘그 맛 다 냈다간, 저 사람들은 뭘로 장사 허게?’ 
























‘하긴… 아휴, 이제야, 슬슬 졸리네. 여보, 부산 도착하면 깨워 줘. 응?’ 
























아내가 조용해졌다. 나의 어깨에 기대고 잠이 들었으면서도 내 품에 계속해서 파고든다. 나는 벗어서 무릎 위를 덮었던 코트를 끌어올려, 아내를 이불로 감싸듯이 덮어주었다. 기차는 하염없이 굉음을 내며 달려가고, 내리던 눈은 이제 옆으로 날아가듯이 창가를 스치며, 나의 기억을 흔들어 놓는다. 서로가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은 그가 밤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짐작할 뿐, 내색할 수는 없었다. 술을 먹으러 모여도 반드시 자기 집에서 먹자고 해서, 우리들은 의례, 영훈의 집에 모여서 걸지게 술들을 마셔댔다. 그러던 그가 우리들에게 그 당시, 처음 나온 거라며, 저마다 에게 디카를 선물 했던 것이 2년이 조금 더 된 가을 이었다. 언제나 여유 있었던 그의 덕에, 우리는 일찌감치 디카 라는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그건 아내에게도 큰 자랑거리 였다. 
























‘여보, 일어나, 이 사람이 완죤히 골든 타임 이구만. 어떻게 한밤중처럼 잠을 자나?’ 
























‘응, 벌써 부산이야? 얼마 자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내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켠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가방을 챙겨 기차에서 내리는 아내가 벌써 냄새가 틀린다며 심호흡을 했다. 서울의 메케한 공기와 달리 대도시 이긴 해도 어디에 선가부터 흘러오는 바다 짠 내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태호씨, 여기서 멀어?’ 
























‘아니야, 택시로 한 15분? 그 정도 일꺼야. 문현동 이라고 그랬거든….’ 
























영훈이가 죽기까지, 두 사람이 서울의 고급 아파트를 떠나, 잠시 살던 곳은 문현 성당이 있는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였다. 기억에 고가도로가 있었고, 구석진 모냥새가 부산답지 않았던 그 곳….나는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안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벌써 친구들이 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에는 윤아씨를 더불어, 벌써 세 쌍의 부부가 자리하고서 비좁은 아파트의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만, 타이밍도 지겹게 잘 맞추네….’ 
























문수가 나에게 나불대는 비아냥 이었다. 
























‘문수, 넌 어찌 이렇게 빨리 왔냐?’ 
























‘이 몸이야, 바쁘기 그지 없는데, 너처럼 폼 잡고 기차 타고 왔을까 봐? 뱅기 타고 날름 왔쥐.’ 
























‘허긴 돈 있는 놈이 다르긴 다르네.’ 
























‘어서 오세요.’ 
























윤아씨가 우리 가방을 받아 든다. 서로가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기 전에 안방으로 들어가 그의 영정 앞에 앉았다. 
























‘이 친구야, 나 왔어. 집사람도 같이…’ 
























그는 말이 없었다. 오후가 다 되어 모인 우리 네 사람, 문수, 국진이, 병철이, 나 이렇게 네 사람은 지나온 얘기들을 하면서 술들을 들이켰고, 집사람을 포함해서 여자들은 무슨 잔칫집처럼 음식과 안주를 해다 날랐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이었고,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오늘 이렇게 모인 건, 영훈이가 생전에 우리들에게 부탁한 문제 때문인데, 모두들 의논들은 하셨죠? 방이야 우리 집이 널널 하니 모시는 거야 문제가 없고, 매달 모두 십시일반으로 모아 윤아씨 생활비 쪼로 얼마씩…..’ 
























내가 꺼낸 얘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어라 말들이 없었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는 얘기였다. 
























‘근데, 그 의견은 누가 제일 먼저 낸 거에요?’ 
























집 사람이 질문을 엉뚱하게도 좌중을 향해 던졌다. 
























‘우리가요!’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네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영훈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친형제 같은 사람이었고, 이 정도의 결심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기에….’ 
























‘아니, 굳이 그렇게 안 하셔도 되요. 제 입 하나야, 풀칠 못하겠어요? 걱정해 주시는 것만 으로도 고마워요.’ 
























오히려 윤아씨가 반대하고 나섰다. 나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눈초리로 아내를 꼬나봤다. 
























‘저,… 언니 얘기 좀…… 해 봐요. 이런 기회 아님, 언제 듣겠수?’ 
























내가 분위기 잡고 얘기를 하려는데 또다시 깡충 맞게 집사람이 끼어 들었다. 
























‘제가 뭐 할 얘기나 있나요?’ 
























‘말씀 놓으세요. 모두 다 동생 뻘인데…….그래두, 연애한 얘기라든가, 뭐 있잖아요? 좋은 기억들….’ 
























‘좋은 기억들? 그래……., 영훈씨는 나랑은 무척 인연이 깊었지…... 내가 영훈씨를 만난 게….. 아마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였을 거야. 영훈씨는 중학교 3학년 이었구. 성숙했지. 영훈씨 아버님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났어. 중학생이라고 그랬는데, 체격은 나보다 훨씬 크고, 그 우람한 몸집하며, 나는 다 큰 어른 인 줄 알았다니깐.’ 
























그 얘기는 우리들도 모르는 부분 이었다. 마누라뿐만이 아니라 술이 적당히 취해가는 거실의 사람들은 윤아씨의 지나온 이야기들로 숨을 죽였다. 
























‘사실, 이런 얘기 하면 그렇지만, 영훈씨 아버님과 우리 아버님은 같은 조직 세계에 있던, 이름 하야 깡패집단 이었지. 조폭 이라고들 하지? 남들이야, 주먹질에, 남 등치고, 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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