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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그녀의 이야기 - 3부
최고관리자 0 13,672 2023.06.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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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 (3부) 내 위로는 두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오빠도 언니들도 나름대로의 길을 선택하면서 명문대 에 재학중이었다. 오빠는 Y대 의대 언니는 아빠뒤를 이어 H대 미대 다른 언니는 k대 법대 ...... 모두 한번의 재수도 없이 대학에 들어가 나름대로 상위클라스에서 꾸준히 다니고 있 는 중이었다. 나도 또한 나름대로 그들이 지나갔던 궤적을 ?아 비슷하게 ?아가고 있었는데 한순간 궤도 를 이탈해버린 우주선처럼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방향을 잃어버린채 뿌리채 뽑혀 강에 흐 르는 부초가 되어버렸다. 왜 나만 달라지게 되어버린것일까...... 합격자 발표이후 집이란 공간은 나를 조이고 힘들 게 하는 공간이 되어버리게 되었다. 왠지 가족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그안에서 느끼는 혼자된 느낌이 날 괴롭히고 외롭게 만들었다. 진우는 발표날 일주일뒤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후 여러번 나에게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않았 다. 어느날 밤 삐삐의 호출뒤 창밖을 보니 대문 맞은편 가로등아래 그의 모습이 보였다. 난 도망치듯 커튼을 치고 그뒤에 쪼그려 앉아 외면했다. 긴시간뒤 그애 모습은 사라지고 그뒤 로는 더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우울하고 기억하기 싫은 졸업식이후 봄이 왔지만 여전히 난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엄마가 몇번이고 이런 나를 보다못해 머라고 하시려고 했지만 아빠가 조용히 엄마 팔을 잡 이끄시고 방 저편으로 데려가시곤 했다. 그뒤로 집에서 내가 멀하든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 다. 집안에서 멍하니 시간보내다 우연찮게 통신이란것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고속인터넷이 보편화된것이 아닌 ?伶?삐이이 하는 기계음소리를 내는 전화모뎀으로 연결되는 텍스트화 면의 pc통신이었다. 하지만 그세계는 접하자 마자 날 그 세계안으로 쑤욱 빨아드렸다. 텍스트만이 존재하는 그 세상에선 얼굴도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침묵과 어둠과 익명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오히려 나란 존재가 없기에 더 자유스런 공간과 대화가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한동안 채팅방에서 빠져 살았다. 화면위로 올라가는 문자들의 홍수 속에서 난 왠지모를 안 도감과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식의 단어들이라 할지라도 지금 집안에서 내가 찾을수 없는 따스함이었다. 어느날 채팅방에서 한 아저씨를 통해 동호회란 것을 알게 된 뒤 난 그곳에 다시 자리를 옮 기게 되었다. 아시아문화연구회란 쫌 거창하고 상당히 폭넓은 주제의 동호회였는데 문학위주로 음악이나 미술 정말 폭넓은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의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의학이나 중국문학 인도문학부분에 빠져들어갔다. 여러사람들과 만나면서 또 그들의 얘기와 조언을 들으면서 서서히 점차 대입실패에 대한 생 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점차 난 다시 대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방에 밥도 잘안먹고 통신만 하는 내모습을 걱정스레 보시던 부모님들도 한시름 덜게 되셨다. 난 다시 예전처럼 입시에 빠져 책들에 파묻여 지냈다. 간간히 하는건 출석하듯 잠깐잠깐 접 속하는 통신속 동호회 게시판과 정기 채팅시간 그리고 좋아하던 소설책들이었다. 여전히 그 기간중에서도 마음속에서 위안이 되고 있는 곳은 여전히 통신속의 동호회 공간이 었다. 다시 입시공부한다는걸 알고 있던 동호회 사람들은 접속하면 나의 안부를 묻고 힘내라고 하 는 말들로 응원해주곤 하였다. 어느날인가 집에 있다가 소포를 받았는데 동호회에서 날 유난히도 귀여워해주고 자상히 대 해주던 한의사 아저씨로부터 온 한약이었다. 며칠동안 몸이 안좋고 머리가 무겁다고 하니까 간단히 마실수있게 처리해서 보내준것이었다 . 그리고 그안에는 간단한 메모와 내가 좋아하는 한권의 책도 들어있었다. 일상속에서 이런 갑작스런 일들이 얼마나 한순간 날 기쁘게 했는지...... 그러던 7월의 어느날 오프라인에서 동호회사람들이 만나는 여름 정팅 공지가 올랐다. 회원 중 자연농원을 제공해서 8월중 어느날 2박3일 토론과 휴양 감상회등을 즐기는 자리를 만든 다는 거였다. 보자마자 나도 참가하고 싶었다. 화면에서만 만나왔던 여러 사람들이 보구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로 날 들여보내 정말 통신세계에서 느꼈던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온몸으로 느끼 고 싶었다. 문제는 숙박까지 해야되는 그런 여행을 부모님께 허락받을 수 있을지 였다. 하지만 어렵게 망설이다 꺼낸 얘기에 비해 선선히 허락을 받을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그간 공부만 하며 방안에 쳐박혀 지내던 내 모습 보시던 엄마는 잠시 머리식히 면서 편히 좀 쉬다가 오라고 여행에 필요한 물건과 옷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주시는거 아 닌가. 새로 사온 옷꾸러미를 내미는 엄마를 보니 갑자기 눈주변이 뜨거워져서 그냥 어린애 처럼 목을 끌어안고 뽀뽀하며 얼굴을 엄마 목뒤에 숨겼다. 8월의 어느날 장마가 끝난 뒤라 하늘색은 매우 짙은 쪽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서 집을 떠나오는 여행길...... 오랜 시간 통신에서 알아왔던 시간이 있다하 지만 첨보는 사람들 모임에 간다는 것은 두럽기도 하고 또 가슴이 두근 두근 거리기도 하였 다. 다행이 올려져 있는 약도가 상세히 그려져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농원안으로 들어서 자 일단의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있었다. 그리고 나말고도 여자들의 모습들이 제법 보이자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내앞으로 안경 쓴 선한 얼굴의 남자가 다가 왔다. 미소지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연구회 회장 김철민 입니다. 어서오세요. 오느라고 많이 힘드셨지요? 반갑습니다. 참 이름 이 어떻게 되세요?" "아...안녕하세요. 저...전 이은지...." 긴장해서 그런지 말하는도중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 기침이 난다. 회장이란 남자가 갑자 기 심하게 콜록거리는 나를 보며 우스운지 가볍게 웃고는 물을 따라 컵을 나에게 권했다. 난 물을 한모금 마시고 간신히 터져나오는 기침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남자는 내가 진정되길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은지양이군여. 반가워요. ^^ 연구회 게시판에서 보았었지요? 간간히 올린 글들 잘읽었어요 . 수험공부중이라고 했는데 오느라 수고했어여. 잠시 충전한다 생각하고 편히 있다가요." 나긋나긋하고 낮은 목소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목소리였다. 안내받은 방쪽으로 가니 여자들이 묵는 숙소였다. 짐을 간단히 풀고 방안을 바라보니 웃으 며 한 여자분이 다가왔다. 단발머리에 날씬한 몸매....... 캐쥬얼차림의 옷차림인데도 왠지 묻어나오는 분위기는 상단이 단아한 분위기였다. "난 장설희라고 해요. 어서와요." 세련미 넘치는 말투...... 서글서글한 모습...... 이런게 어른의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머 리를 스쳐지나갔다. 통신안에서 좋은 말들 많이 해주던 언니였다. "아.... 설희 언니...... 저 은지에여....... 안녕하세요?" "아~ 은지구나. 은지 못 올지 알았는데 용케 왔네? 반가워~" 씽긋 웃는 언니의 모습이 넘 예뻤다. 가벼운 화장이 되어있긴 했지만 눈매나 입가의 미소가 거울에서 내가 언제나 바라던 그런 모습이었다. 언니 이끄는 손 따라 나간 농원에는 음식준비할 수 있는 곳과 식사할수 있는 곳등 벌써 준 비가 다되어있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분주히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큰 바베큐통과 구이 판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기들이 구워지고 있었고 같이 머글수있는 각종 샐러드와 반 찬들이 접시채 긴테이블에 놓여있었다. 언니쪽으로 한 중년 아저씨가 다가왔다. 막 바베큐 구이를 하고 왔는지 몸에서 장작의 연 기냄새와 고기, 그리고 매콤한 소스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야~ 설희씨군여. 언제왔어요?" "앗~ 안녕하세요? 벌써 와있으시네요? 저녁늦게나 오실 줄 알았더니..... 환자들은 어쩌고 오셨어요?" "원래 응급환자라는게 없잖아요. 제병원엔 ^_^. 휴가라고 붙이고 일찌감치 왔지요." 난 어정쩡한 모습으로 설희 언니 뒤에 서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단정히 빗겨진 머리칼 . 이마의 살짝 그어진 주름살. 눈웃음이 머무는 친절해보이는 눈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듯한 용모의 아저씨였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며 설희언니에게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이아가씨는 누구에요? 못보던 얼굴인데?" 설희 언니가 대답도 하기전에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전 강지훈이라고 해요. 첨 왔군요? 반가와요. " 강지훈~~! 난 숨을 들이키며 한손으로 입을 막았다. 언제나 따듯한 상담과 자신의 딸과 집 얘기해주고 이런저런 한의학 얘기도 해주던 그 한의사 아저씨였다. 난 배불둑한 그런 인자 한 아저씨들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단 더 어보였다. 설희언니가 그옆에서 웃으며 얘기했다. "은지에요.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시던. 넘 예쁘고 귀엽죠?" 그의 얼굴에 아하~ 하는 듯한 표정이 스치며 내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길이 왠지 뜨겁게 느 껴지며 가슴이 쿵쿵 거리는거 같았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생각 깊은 그 은지였구나...... 얼굴을 마주하고 보니 매우 반갑다.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평안한 시간 되었음 좋겠네." 그리곤 설희언니를 보며 얼굴을 돌렸다. "은지랑 설희씨 둘다 식사전이지요? 어서 접시들고 와서 바베큐랑 고기담아다 식사해요. 그 리고 내 필생의 역작인 바베큐 맛 좀 보구 평 좀 해주시구랴." 약간 과장섞인 아저씨의 목소리의 멘트와 몸짓을 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설희 언 니도 쿡쿡 거리며 말을 이었다. "안본 일년사이에 의사선생님께서 요리계에 입문하셨군여~ 꼭 먹어봐야겠는데요?" 서서히 사람들이 자리잡아가며 식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기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 만 장작불위에서 서서히 익혀진 매콤한 소스의 통돼지구이는 넘 맛있었다. 샐러드도 신선하 고 맛깔스런 장류, 김치와 것저리들..... 야외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식사가 더 입맛을 땡기는듯 했다. 식사후 뒷정리를 도우며 나도 일손을 거들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모임이라 내가 잘 어울릴수 잇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설희언니 의 도움으로 모임의 분위기에 잘 적응해 들어갈 수 있었다. 모임은 크게 주제를 가지고 발표가 몇개 이어지고 토론과 그리고 간단한 한방치료, 그리고 명상과 기체조로 구성되어있었다. 아침엔 농원둘레로 이어진 산책로로 20분정도 산책이 잡 혀있었다. 모임의 사람들은 나이대로 직업들도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부부과 같이 와서 아이손잡고 즐 기는 모습도 보였다. 넘 친숙하고 다정스런 모습에 마치 예전 가족들인양 넘 자연스러웠다. 어느새 밤이 깊어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밖의 풀벌레소리가 달빛에 섞여 창가로 흘 러들어왔다. 살짝 돌린 고개저편으로 노오란 달빛이 보였다. 갑자기 그간 생각하지 않았던 진우의 얼굴이 생각났다. 기억이란것은 정말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불쑥불쑥 떠오르고 불청객과 같은가보다. 이순간 그 는 무얼하고 있을까. 같이 가기로 했던 대학이었는데 그는 잘 생활하고 있겠지...... 저번에 냉정히 그를 보내버렸던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순간 얇은 이불을 머리위로 끌어올렸다. 모든것으로부터 날 감추듯...... 숨기고 싶었다. 진우의 옆모습이 보였다. 긴 속눈썹...... 그애의 맑은 눈...... 예전 첫 키스하던 때 차거 웠던 그애의 뺨과 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먼가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들리지 않 았다. 나도 또한 그애를 향해 말을 하려 입을 열었으나 아무런 소리가 나지않았다. 다른건 다정상인데 마치 소리가 사라진 세계처럼 아무런 소리를 들을수도 말할수도 없었다. 그애를 향해 무언가 큰소리를 지르다가 앗 소리와 함께 떨어져내렸다.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충격으로 가슴이 아직도 쿵쾅 뛰고 있었다. 아직 멍한 정신으로 주 변을 돌아보았다. 아참...... 여긴 집이 아니지....... 사람들이 한명두명 일어나면서 잠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설희 언니는 벌써 세수도 하고 정돈된 얼굴로 일어난 사람들과 같이 방정리를 하고 있었다. 일어나 멍해져있는 나를 보더 니 씽긋 웃으며 가볍게 이미에 손끝을 맞춰주었다. "은지야 어서 일어나렴 ^^ 차한잔 마시고 산책 같이 나가자." 아침의 맑고 시원한 공기로 시작된 오프모임은 재밌었다. 인도문학사중 재미난 이야기에 대 한 정리는 책에서 읽어왔던 것말고도 뒷이야기까지 엮어 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새로운 세계 였다. 오후에 있었던 한방치료는 어제저녁에 보았던 의사 아저씨와 몇몇분들이 하고 있었다. 나 진찰은 그 의사 아저씨였다. 내손을 가볍게 잡고 맥을 보면서 아저씨가 말했다. "모임은 어떠니? 즐겁니?" "넹...... 모두 친절하고 재미있어요." 가까이서 보니 처음보았을때보단 주름이 더 있는듯했다. 하지만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과 어 울려 주름마저도 넘 멋져보였다. 아저씨가 맥을 집으며 뒤어깨와 맨발을 만지시며 눌러보셨 다. 맨발을 보여주고 있다는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아저씨는 조심스레 눌러보시더니 나한테 천천히 물어보셨다. "요새 두통이나 어깨 마니 아프지? 간간히 등쪽에서도 통증있고." "네......" "다리부분도 상체에 비해선 좀 부어있고...... 식사도 잘안하는구나......." "네...... 별로 안먹고 싶어서요......" 아저씨가 내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몸의 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단다. 마음이 편하지 않음 몸도 건강할 수 없어. 넌 몸이 원래 찬기운이 많은편이라 좀만 신경쓰지않음 속병 생길수있으니까 될수있음 밥 잘 챙겨먹 어야된단다." 바리통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 규칙적으로 울리고 끊어지는 박자감마저 느껴지는 안정감있 게 울리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듣기좋은 울림으로 내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눈으로 바 라보는 눈빛은 따스하고 시선을 뗄수 없는 마력같은 힘이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몸이 나른 해지는 듯했다. "우선 뜸을 뜨고 편히 쉬는 연습 좀 해야겠다. 저기 누워보렴." 난 아저씨의 손길이 가르치는 곳을 보니 뜸과 부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쪽으로 가서 바르게 누웠다. 흰티를 올려 살짝 배을 보이고 가만히 누웠다. 아저씨말에 의하면 다른데더 위쪽으로 해야되는데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중요한데 몇군데만 한다고 하 셨다. 벌써 다른사람들 뜸의 매캐하고 강한 향이 눈과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설희언니도 내옆쪽에 엎뜨려 누워 허리쪽에 뜸을 받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마치 자는 듯한 표정으로 누워있어있었는데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가끔 양눈썹사이에 주름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좀 뜨거울꺼야. 하지만 참고 내가 가르쳐주는대로 눈감고 숨을 쉬어보렴. 잘은 안될텐데 의식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해보렴. " 아저씨는 호흡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시고 살짝 올린 티아래 배위로 뜸불들을 올렸 다. 뜨거움이 점차 강해지면서 아랫배쪽으로 살이 탈꺼 같은 아픔이 밀려 올라왔다. 입술을 깨물며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지긋이 참았다. 옆에 설희언니를 생각하며 아이처럼 아프다는 내색 하긴 싫었다. 아저씨는 가만히 이마의 땀을 닦아주시고 머리칼을 쓰다듬으신뒤 다른사람을 진찰하러 가셨 다. 아랫배에 뜨거움은 꽤 오랜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난 눈을 감고 아저씨가 가르쳐준대로 숨 을 들이키고 참았다 내쉬고 하고 있었다.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뜨거운 통증을 가 득 느끼는 상태에서 가만히 숨쉬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잠시 이것이 현실인지 꿈 중인지 몽롱했다. 갑자기 그애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그애는 날 완전히 잊어버린것일까? 이마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설희 언니가 찬물로 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 잠시 잤었나보다. 아랫배로 느껴지던 고통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왠지 따스함이 옅게 깔 려 아랫배를 돌고 있는듯했다. "피곤했었나보다. 그새 잠든거보니......." 약간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설희 언니 향해 미소지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왠지 힘이 없 어서 미소마저도 힘을 잃고 있었다. "아....니에염...... 그냥 나른해져서......" 오후시간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저녁식사후 다시 모우 둥글게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복식호흡을 하며 손과 몸 동작으로 기를 받아드리고 내보내고 하는 가운데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안정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자리잡으면서 앉다보니 내옆에 한의사 아저씨가 앉으셨다. 오른편엔 설희 언니 그 리고 왼편에는 의사아저씨 나중에 양손을 옆사람잡고 서로 하나되는 명상이 있었는데 언니 의 손에서도 아저씨의 손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졌다. 언니의 손에 비해 아저씨의 손은 약간 단단함이 느껴졌다. 남자의 손이래서 그럴까? 그러고 보니 진우 그아이의 손느낌이 기억나지않았다. 부드러웠었나? 아저씨처럼 거칠함이 느껴졌 었나? 저녁일과도 끝나고 어느새 잠자리 들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마지막밤이라고 좀더 놀수 싶어하는 사람들은 거실쪽으로 모여갔고 피곤하거나 몸이 안좋은 사람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 난 뜸 이후 노곤한 상태가 되서 일찍 잠을 자고 싶었다. 막상누웠는데 몸은 피곤한데 잠을 들지는 못했다. 선희누나는 거실쪽으로 간모양이었다. 어느순간 잠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거실쪽 사람들의 소리도 사라지고 어느새 작은 비상등같은 불빛말고는 집이 어둠에 잠겨있 었다. 밖의 달빛은 어제처럼 빛나고 있었다. 창건너 보이는 달빛이 왠지 답답해 보였다. 밖으로 나가 달을 보구 싶었다. 조심스레 이불을 걷고 살금살금 걸어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밤바람이 시원스레 머리 칼을 휘날렸다. 숲속의 밤에는 무언가 밤 특유의 소리가 깔려 있는듯했다. 거기에 달빛마저 흐르면 마법의 공간처럼 이상한 기운이 채워지는 듯 했다. 달빛이 길을 열어준 넓은 마당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넓은 마당 위 쪽에는 앉기좋은 바위가 보였다. 거기에 앉아 고개를 들어 달을 올려다 보았 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어도 방금전까지 가득했던 빛은 여전히 눈 안 가득 있는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에 약간의 한기가 느껴질때 등뒤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놀 라 뒤돌아보니 한의사 아저씨였다. 아저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지? 은지냐?" "네....." "잠이 잘 안오나보구나? 근데 그런데 앉아있음 안좋아. 여자는 특히...... 자 내려오렴." 아저씨가 손을 내밀었다. 난 일어서 히프를 툭툭 털고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그냥 뛰어 내렸다. 아저씨는 계면적은지 내밀었던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모습보니 쫌 미안한 맘이 들 었다. "아저씨는 머하세요?" "원래 잠이 별로 없단다. 잠시 바람쐬면서 하늘 보구 있었지."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훗....... 이제 고민들은 마니 없어졌니? 아직 앞으로 나아갈 길이 넘 먼데 넘 생각이 많 으면 걸음을 제대로 뗄 수가 없단다." "......" "참. 오후에도 얘기했었지만 찬데는 될수있음 피하렴. 자기몸은 자기가 다스릴 줄 알아야되 지 않겠니?" "네......" "이제 정확한 체질 알았으니 몸에 좋은 약 보내주마. 먹고 열심히 공부하렴." "아...아뇨....저......" "우리 딸도 너처럼 예쁘게 크면 좋겠다...... 자 들어가렴, 추워보인다." 아저씨는 가볍게 손흔들어보이곤 농원 입구쪽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그러고보니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이었다는게 생각났다. 팔다리쪽에 서늘함이 느껴졌다. 다시 방으로 살며시 들어와 내자리에 누웠다. 좀전 어둠속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볼때마다 인상이 깊게 남는 얼굴이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 다시 눈을 감았다. 마침내 마지막날 마지막 산책과 기체조로 몸을 풀고 마지막 식사...... 간단한 토론뒤 뒷정 리청소가 시작되었다. 삼일밖에 안되었지만 설희 언니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 다. 언니하고 꼬옥 껴앉고 언니는 내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언니 명함주고 대전에 혹 놀러오면 꼬옥 찾아오라고 손에 꼬옥 주었다. 몇몇 사람들과도 연락처 주고 받았는데 마지막에 한의사 아저씨도 서울에 올라오면 놀러오 라고 명함을 주셨다.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마치 마법같은 삼일을 생각했다.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내인생의 한부분을 공유하다니 이런생각이 들다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집으로 돌아온뒤엔 다시 일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통신안의 동호회사람들과는 더 재미있 었다. 얼굴들과 모습들이 화면과 겹쳐지면서 그 삼일만의 기억만으로도 더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 었다. 설희언니와는 거의 친언니이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한의사아저씨는 말했던 대로 또 약들을 보내주셨다. 통신에서 간혹 만나게 되면 건강에 대 해 많이 말씀해 주셨다. 통신속에서도 할수 있는 명상과 기수련에 대해서도 얘기하곤 했는데 가끔 아저씨와 같이 명 상을 하고나면 몸과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다. 시간은 흘러흘러 드디어 대입 입시날이 왔다. 선희언니는 손난로와 행운의 목걸이를 보내주셨다. 한의사 아저씨는 직접조제한 환약을 만 들어보내고 시험전에 먹음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질꺼라고 했다. 또 친하게 지내던 동호회사 람들이 여러 선물 보내주었는데 모두 필통에 넣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편하게 시험을 치고 나왔다. 동호회사람들의 여러 격려 덕분인지 이미 한번 해봤 던 때문인지는 구별은 안되었지만........ 갑자기 이곳이 그가 있는 서울이란것이 기억났다...... 삐삐번호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난 손으로 번호판을 톡톡 거리다가 번호를 눌렀다. 유난히 번호의 띠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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